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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2025. 4. 2.

    by. coolbeans

    목차

       

      위염과 스트레스: 신경성 위염의 병태생리와 임상적 고찰

       

      1. 서론: 병리적 위염과 기능성 위장장애는 어떻게 다른가

      임상에서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“신경성 위염”은, 실제로 위내시경 검사에서 염증 소견이 관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. 따라서 진단명으로서의 ‘위염’이 아니라, **기능성 소화불량(functional dyspepsia)**이라는 명확한 질환군으로 분류해야 한다. 이 질환은 스트레스, 불안,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, 위장관의 운동성 및 감각 민감도에 영향을 준다.


      2. 기능성 위장장애의 병태생리: 위산이 아닌 신경의 문제

      2-1. 뇌-장 축(brain-gut axis)의 기능 이상

      기능성 소화불량은 단순한 위장관의 문제를 넘어서, 중추신경계(CNS)와 장내신경계(ENS) 사이의 상호작용 이상으로 설명된다. 스트레스는 시상하부-뇌하수체-부신 축(HPA axis)을 자극하여 코르티솔, CRF(corticotropin-releasing factor) 등의 신경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, 이는 위장 운동성 및 위산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.

      • 스트레스 → CRF 증가 → 위 배출 지연, 위장 내 압력 상승
      • 자율신경계의 불균형(교감신경 항진) → 위저부 이완 장애
      • 중추 감각 조절 이상 → 내장 과민성 증가

      2-2. 위장의 운동 및 감각 기능 장애

      기능성 위장장애 환자에서는 다음과 같은 생리학적 이상이 보고된다:

      • 위 배출 지연 (Delayed gastric emptying)
      • 위내 식후 순응감소 (Impaired gastric accommodation)
      • 위내 압력 민감도 증가 (Visceral hypersensitivity)

      이러한 이상은 내시경, CT, 혈액검사 등에서 특이 소견 없이도 증상이 심한 이유를 설명해준다.


      3. 임상 증상: 신경성 위염의 표현형

      3-1. 주요 증상

      기능성 소화불량은 주로 다음 두 가지 증상군으로 구분된다(Rome IV 기준):

      • 식후 불편 증후군(PDS): 조기 포만감, 복부 팽만, 더부룩함
      • 심와부 통증 증후군(EPS): 상복부 작열감, 속쓰림, 공복 시 통증

      이러한 증상은 식사 패턴, 스트레스 상황, 수면 상태 등에 따라 악화되며, 식이와 수면 개선만으로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.

      3-2. 기능성 위장장애와 정신건강

      기능성 위장장애 환자의 60~70% 이상에서 불안 또는 우울 증상이 동반된다. 이는 단순히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, 병태생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요소로, 뇌-장 축 이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순환고리(cycle)를 형성한다.


      4. 진단 전략: 배제 진단의 원칙과 적절한 평가

      기능성 위장장애의 진단은 기질적 질환의 배제가 선행되어야 하며, 다음 평가가 필수적이다:

      • 위내시경 검사: 위염, 궤양, 종양, 장상피화생 등 구조적 병변 배제
      •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검사: 양성 시 제균 치료 고려
      • 혈액검사(빈혈, 간기능, 염증지표 등)
      • 복부 초음파 또는 위장관 영상검사: 담낭, 췌장 등 감별

      내시경상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며, 심리적 요인이 동반된 경우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계획한다.


      5. 치료 전략: 병태생리 기반의 개별화된 접근

      5-1. 약물 치료

      약물군  주요 약제 적응증
      프로톤펌프억제제 (PPI) 에소메프라졸, 판토프라졸 공복 시 속쓰림, 위산과다 증상
      위장운동촉진제 모사프리드, 이토프리드 조기 포만감, 식후 불편감
      항우울제(저용량) 아미트립틸린, 미르타자핀 내장 과민성, 수면장애 동반 시
      항불안제 에탐부타졸 등 불안 동반 환자에서 단기 병용

      5-2. 비약물적 중재

      • 인지행동치료(CBT): 스트레스 인식 및 대처 능력 향상
      • 심리교육: 질환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낙인감 해소
      • 위장 바이오피드백 치료: 자율신경 균형 회복 시도
      • 식이조절: 저지방·저자극 식단, 소량 다횟수 식사

      6.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 조절의 역할

      기능성 소화불량에서 생활 습관 교정은 치료의 핵심이다.

      6-1. 스트레스 조절 전략

      • 규칙적 수면: 수면 부족은 HPA 축 과활성 유발
      • 일상 내 이완 활동: 복식호흡, 요가, 명상
      • 디지털 디톡스: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자제

      6-2. 식이습관 조절

      • 식사 전후 최소 30분간 안정 유지
      • 과식·폭식 금지, 카페인·알코올 제한
      • 기름기 많고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

      7. 예후와 관리: 만성 질환으로서의 이해 필요

      기능성 위장장애는 단기간에 완치되기보다, 증상 조절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. 일부 환자에서는 수년간 증상이 지속되기도 하며, 재발과 호전을 반복하는 경과를 보인다.

      따라서 소화기내과 전문의의 **지속적 관찰 및 다학제적 접근(정신건강의학과, 영양상담 등)**이 병행될 경우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다.


      결론: 신경성 위염, ‘마음과 장이 이어져 있는 질환’

      위장 증상이 있지만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는 경우, 환자와 의료진 모두 당혹스러울 수 있다. 하지만 기능성 위장장애는 병리적 위염이 아닌 뇌-장 축의 복합적인 기능 장애로 이해해야 하며, 단순 약물 치료보다는 심리·행동·환경적 개입이 병행되어야 한다.

      소화기내과 전문의로서, 위염 증상이 있을 때 내시경 검사가 정상이라고 안심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, 기능성 위장장애로의 평가와 적절한 치료 전략을 안내받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.